Skip links

부산여자 10명의 터키여행기-2편

2월 21일(월)
밤새 버스는 달린다. 중간중간 물과 음료, 초쿄파이같은 과자를 준다.
피곤했던지 잠을 잘 자서 그리 피곤한지는 몰랐다. 다들 그랬나 봐~
20시 50분 괴뢰메를 떠난 버스는 06:00 안탈랴 오토가르에 도착한다.
세르비스버스를 기다려 06:38분 출발(한국 여학생 2명과 남학생 1명을 만나다)
06:57분 안탈랴 아퀴투르크동상 앞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다.

호텔찾아 삼만리가 시작되다.
영신과 호텔을 찾아 나섰다가 어떤 젊은 남자가 안내해 주는 줄 알고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오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 좀하지(영어를 할 줄 몰랐나 봐)
마침 공원에 있던 경찰의 친절한 도움으로 알파샤 호텔에 드뎌 도착 08:20
호텔은 전통 오스만양식으로 고풍스럽고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체크인 시간이 일러 아침 조식부터 먹기로 한다. 1인당 10리라(원래 18리라)
또 맛있는 음식들이 넘친다. 즉석오믈렛도 맛있고 빵이 특히 더 맛있다.
식사 후 09:40분부터 입실이 가능해졌다. 다들 피곤한데 다행이다.
11시에 만나기로 하고 잠시 휴식, 오늘 나는 승실님과 한방이다.

11시부터 동네한바퀴, 구시가지로 옛 모습이 그대로 보전된 지역이다.
오래된 케시크미나레가 한걸음 안에 있고 칼레이치박물관이 바로 이웃이다.
칼레이치박물관은 규모는 작지만 내실있고 아름다운 곳으로 오스만시대 터키인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화장실 문이 안에서 잠겨 지숙언니가 잠시 곤욕을 치런 곳이기도 하다.
이어 로마시대 유적지인 하드리아누스문을 찾아 갔다.
정말 동네 출입문같은 곳이었다. 보존이 정말 잘 되어 있어 놀라울 지경이다.
안탈랴는 터키의 대표적인 해변휴양도시라는데 우리는 겨울철에 가서 그 점을
느낄 수는 없었다. 트램을 기다리는 동안 석류, 오렌지쥬스를 만시면서 동네를 둘러 보았다.
역시 한국사람을 좋아하네. 특히 여자들을,

트램을 타고 안탈랴 고대박물관을 갔는데 그렇게 많은 대리석 인물상들이
그 작은 박물관속에 있으리라 상상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게 놀았다. 재밌게 잘 놀았다.
그 고대인들과 친구인 것 마냥 쏘다니며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해 둔다.
터키 특산품인 카페트도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야 좋다” 하면서 바라보는 것
으로도 좋았고 대리석 인물상들은 강렬한 생명력을 내뿜으면서 어울려 있었다.

이제부터는 고생한 이야기를 풀어 보자
카오룰루루공원에 갔다. 바닷가를 거닐고 산책을 하고는 내일 파묵칼레이동을
위해 파묵칼레 무라파샤지점을 찾아가는 탐험기이다.
호텔프론터에서 가르쳐준 지점은 무라퍄샤지점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
사실 그기에서 예매했어도 아무 문제없는 것인데 우리는 처음 안내해준
무라파샤 지점을 찾고 또 찾았다.
미친 여자처럼 무려 두시간 동안 안탈랴 시가지를 헤매 다녔다.
중간에 SSR여행사 주팀장님의 문자메세지로 힌트를 얻어 그나마 찾을수 있었다.

덕분에 안탈랴 지리를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어찔하였다.
한참만에 무라파샤지점에서 파묵칼레까지 티켓팅 성공, 게다가 1인당 25리라인
버스요금을 단체할인, 학생할인 등해서 10명 200리라에 구입.
친절한 사람과는 영어가 더 잘되는 신기한 경험도 하였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동행하였던 이남, 영신과 아픈 다리도 쉴겸 시장입구에서
금방 짠 오렌지쥬스 한잔씩을 마셨다. 고생만큼 소득도 있다. 금은방 구경도
하고, 금은 세공기술이 특히 좋다. 갖고 싶은 물건들이 우찌 그리 많은지,
구경만도 즐겁다. 그치만 하나 살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6시경 호텔로 돌아와서 눕자마자 잤다. 아마 코도 골았을거야
한숨 자고 나니 조금 살 거 같다. 팔다리가 그리도 아프더니—.
저녁 7시 40분 호텔식당으로 가 저녁식사를 했다. (알파샤는 조식, 석식 제공)
아침엔 제공되는 음료와 커피가 저녁에는 extra였다.
양고기꼬치, 비프, 야채, 빵등이 푸짐해서 또 잘 먹었다. 낯선 음식을 먹는데도
도무지 애로가 없다. (딱 여행체질) 식사 후 8시 30분부터 저녁 마실을 갔다.
호텔에서 쭉 내려가니 바로 바닷가이다. 서기 200년경에 만든 흐드랄라탑이
외로이 바닷가에 서 있었다. 1900년된 탑이 아직도 굳건히 서 있다니—.

계속 걸어 9시경에 하드리아누스문 바로 앞에 있는 라이브카페에 들어 갔다.
젊은 터키남자 2명이 기타를 치면서 터키가요를 부르고 있었다.
팝송을 신청하였지만 여기선 터키노래만 부른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애조띤 곡조에 샤우팅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감동이다.
한쌍의 남녀가 무대에 나와 춤을 추는데 퍽 자연스럽다. 그렇게 터키 젊은이들
틈에 놀다 라이브시간이 끝나 10시에 카페를 나왔다. 그리곤 침대에 쓰러지다.

2월 23일(수)
아침 5시 30분 기상. 어제밤 보았던 흐드랄라탑에 다시 가다.
개와 고양이가 사람보다 더 많고 자유롭게 돌아 다닌다.
7시 30분부터 조식, 떠나기 전 맛있는 것을 잔뜩 먹고 점심을 위해 달걀과
빵 등을 챙겼다. 다들 알뜰하다.
오늘 파묵칼레 이동을 위해 무라파샤지점에 8시30분까지 도착해야 세르비스
버스를 탈 수 있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는 늦었다. 택시를 타고 달려 갔지만 버스는 이미
떠나버렸다. 그 와중에 나는 배낭을 챙기지 않아 짐이 실린 채로 택시는 떠나버
렸다. 우이씨
그래도 친절한 파묵칼레회사 무라파샤지점 여직원 덕분에 세르비스버스는 다시
오고 오토가르 사무실에서 배낭을 찾을 수 있었다.
오토가르 사무실의 남자직원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독도와 울릉도 사진엽서를
보며 주면서 한국과 한국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도 가지고 있던 볼펜을 급히 주면서 고맙다고 몇번이나 인사했다.
택시기사와 요금실랑이를 한 것은 터키에서 겪은 유일한 마음상한 일이었다.
택시비는 결국 25리라를 주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화낼 일도 아니지만
분명 화는 났다. 그 택시기사한테.

파묵칼레행 버스는 09:30분에 오토가르를 출발하여 12;30분 데니즐리에 도착
곧바로 돌무쉬버스(2리라)를 따고 13:00경 칼라하유트의 팜테말호텔에 도착했다.
우와~ 호텔이 좋다. 장난 아니네
니콜라스케이지가 묵을만한 좋은 시설이다. 특히 노천온천이 마음에 든다.
아니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홀딱 반했다.
나는 저녁에도 온천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도 온천을 했다. 머드팩도 할 수 있고
폭포도 맞을 수 있고 노천온천에서 시원하게 놀면서 140㎝깊이 수영장도 있다.
또 한번 묵고 싶은 호텔이다. 물론 조식과 제공되는 석식도 좋았지만

목화성으로 유명한 파묵칼레로 이동, 벌써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입장료 20리라를 내고 파묵칼레 입장
파묵칼레는 목화성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미처 생각지 못한 옛 유적지가 입구
부터 시작되었다. 그동안 사진과 영상으로 보았던 것에 비하면 훼손이 많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계단논처럼 생긴 석회층에 온천물이 잠기지 않아 신비스런 푸른빛을 내지는
못했지만 지형 자체는 경이로울 뿐이었다.
맨발로 들어가 우리는 놀았다. 아이들처럼
여기서 찍은 사진은 다들 잘 나왔다. 얼굴 가득 행복이 묻어 나왔다. 우리도 몰래.

저녁 6시가 되니 주위는 벌써 어둡다. 돌무쉬를 한참 기다려 호텔로 돌아간다.
칼라하유트 동네에서 셀축가는 장거리버스를 예약했다.(파묵칼레회사로)
1인당 20리라 총 200리라를 지불했다.
내일 아침 8시에 호텔로 세르비스버스를 보내주기로 하고,

6시 30분부터 1시간동안 먼저 온천에서 놀고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파묵칼레는 호텔에서 석식이 제공된다.
노천온천 이용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호텔손님은 많았으나 패키지여행객들로
밤 늦게 도착해서 새벽에 출발하니 온천을 이용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
수영장에도 아무도 없으니 수영이 더 잘되는 것 같다. 물이 흔들리지 않으니,
호강 제대로 했다. 호텔 잘 고른 보람, 아니 여행사 잘 고른 보람이 팍팍 온다.

8시부터 호텔부페에서 저녁식사를.
또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다. 터키는 비옥한 곡창지대라 뭘 먹어도 맛있다.
과일이면 과일, 빵이면 빵, 고기면 고기 다 해당된다.

그밤의 풍경 – 오르겐치며 노래부르는 생음악 속에 우리는 끝없이 먹고 있다.
호텔내 나이트클럽은 9시30분부터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밸리댄스 공연은
10시부터 시작된다.
전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지하의 조그마한 나이트클럽을 채우고 있다.
이윽고 오동통한 살집의 밸리댄서(아주 매력적이다, 마른 몸매보다도)가 유연한
춤사위를 펼친다.
피곤하기도 하고 괴레메에서 터키쉬나이트댄스를 이미 본 것도 있어서인지
춤추는 댄스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지숙언니, 은향님은 먼저 방으로 올라가고 나도 이윽고 10시지나 방으로 갔다.
호텔방에서는 얼굴에 팩을 붙이고 있다. 여행중에 넘 예뻐지는거 아냐
나도 붙이고 누웠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손도 매끄럽고 발뒤꿈치도 보들보들하다. 얼굴은 더 물론이고~

2월 24일(목)
파묵칼레의 새벽이 밝았다. 일행 아무도 아침온천을 안 가려고 한다.
5시 30분 어제 입었던 젖은 수영복을 입고 빨간 코트를 걸치고 방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노천온천에서 선녀인 양 헤엄치며 놀았지롱
이렇게 편하고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 시간들, 세상에 더 이상 부러울 일이
없다. 여행중에 먹은 것들이 걱정스러워 수영을 열심히 했다. 배가 들어갈려나
6시 30분에 룸으로 돌아왔다. 이제 짐을 싸고 아침을 먹고 셀축으로 가는
장거리버스를 타야 한다.

어제 안탈랴에서의 실패가 있기에 빨리빨리 움직여 9시전에 호텔로비로 사람과
짐들의 집결이 끝이 났다.
세르비스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파묵칼레 회사에 전화를 했다.
약속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버스는 오지 않고 우리는 버스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
10분쯤 지나니 미니버스가 달려와 우리들의 짐을 싣고 출발했다.
여행중 제일 힘든 것이 전화에 대고 영화로 대화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안부전화가 아니고 무엇을 쟁취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더 영어
가 잘 안되었다. 기분좋게 안부를 묻고 상관없는 세상일을 말할 때는 잘 되던
영어가 바쁜 상황, 정확한 표현을 전달해야 할 때는 더욱 버벅거리게 된다.
에고! 그러니 외국어가 어렵지. 돌아가면 공부 더 열심히 해야지(말로만)
그래도 그 모자란 영어로 모든 걸 해결하고 있으니 다행 아닌가
우리가 탔던 미니버스가 세르비스버스가 아니고 바로 셀축까지 가는 거라
편리했다. 짐을 들고 내리고 할 것 없으니,
차는 다시 데니즐리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동안 타올종류를 파는 매장에 들어가
터키때수건 뭉치를 샀다. 1개당 1리라로 11개를 10리라에 샀다.

셀축가던 중간에 니즐리란 도시의 오토가르에 도착했을 때이다.
왠 사람들이 터미널에 그렇게 많은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치 축제처럼
장구와 기타소리, 악기소리가 둥둥 울리는 것을 보니 무슨 좋은 일인 모양이다.
젊은 남자 2명이 목에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입에는 공갈젖꼭지 같은 것을
물고 있는데 도무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같이 어울려 춤추고 사진찍고 놀았다.
무겁다고 가져갈지 한참 망설였던 폴라로이드카메라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일가족의 사진도 찍어 주고, 북치는 아저씨, 손자와 헤어지는 할머니 사진을
찍어서 바로 건네주니 넘넘 좋아 한다. 무거운 거 들고 다닌 보람이 느껴진다.
다른 서양남자와 일본인까지 합세하여 판이 더 커졌다.
누군가 나에게 1달러 지폐를 자꾸 던져 준다.
내가 주워서 북치는 아저씨에게도, 춤추는 소년의 호주머니에도 찔러 주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의 호주머니에도 1달러를 찔러 넣어 준다. 웃으며 받았다.
한참 더 춤을 추고 있으니 차장 아저씨가 이제 그만 출발하자고 한다.
마지막으로 일가족 사진을 한 장 찍어 드리고 차에 올라 이동했다.
신났다. 흥겨웠다. 이렇게 오픈된 장소에서 낯선 남녀노소가 어울려 노래부르고
춤추고 놀 수 있다는 거 굉장한 일이다. 우리는 최대한 업되었다. 많이

어느새 장거리버스는 셀축에 도착했다.
셀축은 정말 작고 조용한 도시다.
오토가르에서 내려 나잔호텔을 물어 보는데 어떤 아저씨가 호텔에 전화를 해준다.
5분쯤 있다 도착한 아저씨는 우리가 갈 나잔호텔이 아닌 나자르호텔에서 나온
사람이었다. 다시 물어보니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하여 도시를
가로 지르며 걸어가는데 과연 가까운 거리였다. 짐들이 무거워 그건 힘들었다.
사람들이 비싼 택시 타지 말고 꼭 걸어 가라고 신신당부한다.
나잔호텔은 호텔보다는 민박에 가까운 형태이다.
3층까지 오밀조밀한 방들이 대여섯개 있는 좁은 가정집이었다.
미네라는 30대 아줌마가 관리하는 곳으로 시골 친척집 같아 또 정이 갔다.

피곤한 걸로 따지자면 누워 뻗고 싶었지만 지금까지도 잘해 왔는데 조금 더 힘을
내자고 스스로 다져 본다.
방 5개를 배정하고 1시 40분에 다시 만나기로 한다. 나는 3층방에 영신이와 함께
쓰기로 했다.
마당에 나와 원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침 팜테말호텔에서 가져온 빵과 과일들,
파묵칼레버스에서 받은 과자류, 미네가 끓여준 따뜻한 차와 함께
맛있는 거 사 먹을 때는 젤로 맛있는 걸 먹고, 아닐 때는 최대한 아껴서 먹고,
우리는 그렇게 잘 하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에페소유적지와 시린제 마을
돌무쉬를 타고 에페소에 도착하니 굵은 비가 우리를 맞이한다.
입장료(1인당 20리라)를 내는 동안 영숙네는 우산도 하나 샀다.
에페소유적지 또한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난 규모로 세계각국의 여행객들이 모여
들었다. 그기서 터키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광객들을 만났다.
유적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있다가 핀잔을 들었다. 그 가이드 말로 자기는 비싼
가이드이기 땜에 함부로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말의 요지였다. 까칠하기는~

자칭 젠틀맨이라고 하는 유적지관리 가이드를 만나 더 즐겁게 설명 들으면서
유적지를 관람했다. 그 모습을 아까 그 한국가이드한테 보여 주어야 하는데 빨리
보고 나가 버렸는지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자랑질을 해야 하는 건데)
도서관도 보고 하맘도 보고 원형극장도 꼼꼼하게 보고, 옛 주거구역이라는
테라스유적도 사진만 찍고(별도 입장료를 내어야 했다)

그 젠틀맨은 유쾌하고 때론 느끼한 터키남자인데 우리를 더 즐겁게 해주었다.
유연한 허리와 현란한 몸놀림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사진이 다 잘 나왔음.
돌무쉬 시간이 가까워져 아쉽게 작별을 하고 입구로 나왔다.
4시가 넘어 돌무쉬는 떠나고 없어 시린제마을까지 택시를 타고 달렸다.(2대 60리라)
30분쯤 고불고불 산길을 달리니 그리스인들이 살았던 시린제마을이 나타났다.
과연 집들이 예쁘고 사고 싶은 기념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한마디로 사람이 사는 동네이기 보다는 관광 기념단지에 더 가까웠다.
우리는 오랜만에 보는 관광지 풍경에 들떠하며 저마다 맘에 드는 물건들을 골랐다.
비누랑 와인이랑 손뜨개 물건이랑, 무엇보다 한 악세서리가게에 꽂혔다.
한국 부산에 사는 은향이란 소녀를 안다는 가게주인의 말에 우리는 무장해제를
다 풀어 버렸다. 우리 일행 중의 은향이 그 사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친구들이 터키석팔찌와 귀걸이 세트를 선물해 주었다. 눈물이 날만큼 고맙다.
다같이 여행와서 같이 즐겁게 보내고 있는데 나라고 특별히 더 한 것도 없다.
그래도 가이드한다고 고생했다고 하니 나의 마음도 더 가벼워 진다.
고맙다! 친구들아!! 그리고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골라 샀다.
지금 계절은 조금 이른 것 같고 날씨가 따뜻해 지면 예쁘게 잘하고 다닐께
이 가게에서 고양이 브롯치 하나와 팔찌 하나를 더 샀다. 고양이 참 예쁘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쇼핑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셀축 오토가르에 도착하니 다들 배 고프다고 난리다.
급한 마음에 셀축동네를 돌아 다니다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케밥, 스패츄(시래기같은), 밥, 미트볼, 에크맥 등으로 배부르게 먹었다
만족도는 보통보다 약간 나은 편. 오늘 길에 다른 식당에 들러 또 사먹었다.
미네집에 돌아 와서 미네에게 와인파티를 하자고 해놓고는 침대에 쓰러져 잤다.
은향님이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는데 못 일어나고 계속 잤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2월 25일(목)
아침에 일어나니 아프던 몸이 다시 또 살만하다.
성요한 성당과 모스크, 조용한 주택가를 둘러 보았다.
아침 시간에는 특히 조용해서 좋았다. 어디를 가나
미네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어제 약속을 못 지킨 잘못이 있어 지금까지 애지중지 가져온 와인과 너트캔을
미네에게 주었다.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고 덜어 질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

터키의 아침식사는 준비하기 간단하다.
토마토와 오이, 에크맥빵과 잼, 요구르트, 차 한잔이면 끝이다.
준비에 5분이면 끝이 나겠다. 좋겠다. 우리집도 이렇게 먹었으면

미네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셀축 기차역으로 이동,
어제 미리 사둔 기차표는 아침 8시 53분 출발, 10시 이즈미르공항 도착이다.
터키에서 온갖 교통수단은 다 이용하고 다닌다. 그 속에서 터키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으니 더 좋다.
기차안에서 건너편 좌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와 말을 텄다.
말을 텄다면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거는 안되었다. 분명히
내게 무슨 호의적인 말을 하는 건 분명한데 정확한 뜻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들을 모르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고 이해
하려고 애쓴다는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할머니는 손자사진을 보여주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는데 삼성 애니콜폰이다.
나는 검은색 스카프를 꺼내 히잡 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머리수건을 쓰고 목밑에서 핀으로 한번 고정을 시키니 꼭 히잡같은 분위기가 난다.
여행 중에 워낙 잘 먹어 얼굴이 동그라니 살찐 터키여자가 따로 없다.
우리나라 현대에서 제작한 기차는 드디어 이즈미르 공항역에 도착하였다.

능숙한 솜씨로 이즈미르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이스탄불을 향해 날아 간다.
여행이 별거야. 잠 잘곳 구하고 밥 잘 먹고 교통수단 잘 이용하면 그걸로 끄읕.
11시 이즈미르 출발 12시 10분 이스탄불 도착

Return to top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