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과 음식]
안탈랴 칼레이치항 근처 골목골목 상점을 걷다가
유난히 친절하게 한국에서 왔냐고 물으시던 사장님을 만났는데,
카파도키아 근처 고향에서만 나는 까맣고 윤이 나는 돌을 조각해
기념품 만드시는 장인이셨어요. 작은 펜던트를 사면 뒷면에
터키어든, 영어든, 한국어든 다 새겨주실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셔서
지인들 선물이랑 저희부부 몫으로 몇 개를 사면서
이름을 새겨달라고 했는데요ㅎㅎ 정교할 줄 알았는데
끌 같은 투박한 도구로 초딩 글씨처럼 큼지막하게 써주셔서
그 자리에선 우와~ 감탄하고, 숙소 와서 엄청 웃었어요^ㅡ^
그래도 조각품은 정말 훌륭해서 받은 친구들이 좋아하더라구요.
이스탄불에서는 오르탸쿄위 바자르에서 맘에 드는 걸 많이 발견했답니다.
모스크 방문용으로 히잡, 터키쉬 블루 팔찌, 세마댄스 마그넷,
며칠 걸려 손으로 일일이 만들었다는 전통뜨개 토우오야 목걸이..
귀국 직전에 서두르느라 숙소 근처에서 급하게 산 건요
세라믹 차이잔, 헬와?라는 디저트, 아직도 터키이름을 알지 못하는 허니넛ㅎ
그리고 도파치?안가 도치파?인가 하는 팽이예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선물해줬는데 엄청 재밌어하던데요~
어른들도 신기해 하면서 돌려보구요^ㅡ^
가격도 저렴하고 색도 알록달록 여러가지라 참 좋은 선물였어요.
탁심거리에서 갈라타탑으로 이어지는 거의 끝무렵에
세라믹 공예품 목걸이를 파시는 남자분이 있어요.
영어다 유창하실 뿐 아니라 아시아 역사나 문화에 대해 박식하셔서
제가 목걸이를 열몇 개 고르는 동안 대화를 나눴는데,
그만 하나를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어요ㅠ ㅠ 어찌나 죄송했는지
값을 치르겠다고 해도 막무가내, 오히려 선물로 한 개 더 주셨어요.
감사하고 죄송하고 기억이 좋아서
돌아와서도 그 목걸이 얼마나 자주 하고 다녔는지 몰라요~♡
–
남편은 어디 가서 음식 안 가리고 오히려 향신료나 향채를 일부러 찾으며
현지 음식 먹는 걸 여행에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치는 분입니다요.
저는 평소에 닭고기 외의 육류(삼겹살, 순대, 고기국 등)나 향신료를 싫어해서
편식하는 음식만 요리조리 피해가며, 정말 잘 먹는 타입입죠
당연히 고추장이니 컵라면 따위 일부러 안 챙겨 갔습니다.
방부제 없이 매일 굽는 신선한 빵과 아침마다 나오는 탱글탱글 올리브와
갖가지 종류의 치즈만으로도 이미 천국이었고,
특히 치즈를 넣은 괴즐레메와 양고기 테스티 케밥은 계속 계속 생각나요~
양고기 드셔본 분들은 특유의 냄새가 난다던데
양고기를 즐기는 나라에 가서 먹을 때면, 고기를 싫어하는 제 입맛에도
굉장히 맛있는 거 있죠ㅡ^
빙어튀김 비슷한 함시와 짭짤한 요구르트 아이란도
처음 먹을 땐 낯설지만 먹을수록 입맛이 돌더라구요.
이렇게 잘 먹고 다녔는데 그런데 이스탄불에서 마지막 밤, 열흘 째가 되니
국물 생각이 간절하면서 집에 가자마자 컵라면 먹어야겠단 생각이ㅎㅎㅎ
한국에서도 돈드루마 파는 걸 보면 제가 좋아하는 초코맛으로 꼭 먹었는데
터키에서 먹은 돈두르마 레몬맛은 잊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슈퍼마켓표 초코푸딩♥♥♥ 레몬맛 탄산수
터키의 모든 음식이 거의 다 있다는 이스탄불에서
퀴네페와 푸딩을 못 먹고 온 게 아직까지 아쉽기만 합니다ㅠ ㅠ
[아쉬웠던 부분]
유명한 발륵에크맥과 쿰피르는 거리에서 파는 걸로 먹을 걸…
갈라타 다리 밑과 오르타쿄위에 즐비한 레스토랑 거리에서
호객행위에 솔깃해 먹고 나와서 보니, 거리에 널린 게 노점상이라
아쉬웠어요ㅠ 북적한 거리에서 사람 구경하면서 먹는 게 훨씬 좋았을 텐데…
그리고 한여름에 석류주스는 값도 비싸고 맛도 덜한 것 같다는
남편의 말씀입니당!
이름도 고귀한 ‘악빌’ 파는 곳을 아무리 물어도 가르쳐 주는 곳마다
허탕이어서 포기하고 이동할 때마나 제톤과 티켓을 샀더랬죠.
남편 왈 “악빌만 가지면 영주권을 얻은 기분일 것 같아!”ㅎㅎㅎ
더욱이 트램 제톤과 페리 제톤 종류가 다른 걸 몰라서 몇 번을 그냥 집어넣고
오류가 나서 직원분의 도움을 받았을 때는 악빌이 더 아쉽더군요.
마지막 날 악빌 파는 곳을 드디어 찾았지만, 이미 여행 막바지였던걸요ㅠ
유적지 휴관일은 하루 전날 호텔에 부탁해서
전화로 알아보고 가세요^ㅡ^ 페리타고 야심차게
돌마바흐체 사라이로 향했던 일요일. 이미 클로즈라는 거예요ㅠ내일 오라며ㅠ
분명 월요일 휴관이랬는데, 일요일에 쉬고 월요일에 열더군요.
그래서 저흰 다음 날도 돌마바흐체-탁심거리-갈라타탑 동선을 반복했죠ㅠ
그 덕에ㅠ 정말 가고팠던 모자이크 뮤제와 이집션,그랜드바자르를 포기했어요;
이번 여행의 완전 마지막. 어디를 포기하고 어디를 선택할 것 인가 고민하다가
톱카프 사라이를 갔는데, 일부 공사중이었어요ㅠ
아쉽게도 멋진 궁전의 외관을 못 보고 왔습니다. 일부라고 하기엔
꽤 큰 규모라서 정말 섭섭했어요ㅠ ㅠ
[사람들…]
전반적으로 인상 깊고 즐거웠던 이번 여행. 기회가 있다면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ㅡ^
신혼여행 이후 첫 해외여행이라 더욱, 함께여서 좋았던 울남편,
가는 곳마다 유쾌하고 호의적이었던 터키사람들,
그리고 여행준비는 물론 터키에 가 있는 동안에까지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시려고 애쓰셨던 {주용준 팀장님} 덕에
아주 즐거운 여름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관계’에 있는 것 같아요~
누구와 함께고, 누구와 만나고, 누구를 떠나고…
앞으로도 좋은 인연, 좋은 추억 많이 많이 만들어주세요^ㅡ^